<은혜>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방의 어느 작은 마을에 조그만 잔치가 벌어졌다. 바로 그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70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결혼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노부부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노부부가 한번도 큰소리치면서 싸우는 것을 본 일도, 술자리에서나 빨래터에서 부부가 서로를 헐뜯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었다. 노부부의 얼굴에선 언제나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 부부는 열심히 밭을 갈아 아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켰다. 잔치가 열리던 날 노부부의 집 조그만 앞마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노부부의 집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거실 탁자 위에 놓여진 ‘깨진 꽃병’은 잔칫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기 흉한 것이었다. 몇몇 아낙들이 그것을 치우려 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그 자리에 놔둘 것을 부탁했다. 이윽고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손님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다. 사람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서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치도 않은 일로 많이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편과 내가 결혼한 지 벌써 50년이나 되었군요. 그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남편과 제가 이때까지 아무 탈 없이 결혼생활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 탁자 위의 ‘깨진 꽃병’ 때문이랍니다. 남편에게 실망을 느낄때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져 괴로울 때 저 꽃병이 나를 지켜주었지요. 51년 전 늠름한 청년이었던 남편은 제 방에서 청혼을 했습니다. 그때 가슴이 얼마나 뛰던지요. 감격한 나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그만 탁자 위의 꽃병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깨진 꽃병’은 그날의 내가 느낀 감격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그 감격을 늘 되새기기 위해 꽃병을 눈에 잘 뛰는 곳에 놓아두었지요." 할머니가 말을 마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탁자 위로 모아졌다. ‘깨진 꽃병’은 빛을 받아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결혼은 사실 핑크빛처럼 항상 황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들의 삶이란 여러 가지 굴곡이 많은 것이다. 인간이 가정을 꾸미고 산다고 하는 것은 아기자기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토닥거리기도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때로는 어떤 풍파가 몰아치는 험준한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묶어 둘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나는 무엇이 있는가? 감격은 사라지고 빈 껍데기만 남은 것은 아닌가? 노부부가 수십 년을 버티고 꿋꿋하게 살아올 수 있는 것은 깨진 꽃병 이었다. 즉 감동적이고 감격적인 설레임과 신선함이었다. 순수한 시절의 첫사랑의 고백을 누구인들 잊을 것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예수의 제자들이다. 예수를 우리의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깨진 꽃병 하나가 행복을 만들어 주었고 기나긴 세월을 잘 이길 수 있는 힘이었듯 우리들도 깨진 꽃병 하나를 간직하자. 무엇이 깨진 꽃병의 자리를 채웠으면 할까? 하나님의 은혜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과연 오늘의 내가 있었을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오늘의 이 시간이 있었을까?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 로라”(고전 15:10). 은혜란 받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받는 사랑이다.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우리는 사랑을 받았다. 값 없이 받았다. 이것이 은혜이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신앙에 승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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