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시터>
2002년 2월 3일 목회칼럼에 기고한 글이다. 사람사는게 세월이 흘러도 다 그렇다.
“오늘의 우리사회는 1차 산업인 농경사회에서 2차 산업인 산업 사회를 거처 3차 산업인 지식정보화사회로 접어들었다. 농경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대가족이 가장 경쟁력이 좋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사회가 점점 발달되면서 대가족 중심은 소가족,핵가족 중심 사회로 점점 모양이 바뀌어 졌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도, 의학과 과학 그리고 식생활 및 건강에 대한 인식이 발달됨으로, 사람의 평균 연령도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이제는 남자의 수명도 70세를 넘고, 여자의 수명은 평균 남자보다 많은 70대 중반을 산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회적인 변화는 우리나라의 근본 사상인, 효에 대해서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자식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부양하고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고 보니, 점점 부모님들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되었다.자식들과 손주들이 모두 일터로 학교로 간 집에서, 홀로 집을 지키거나 오도가도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녀들이 있는데도, 독거 노인처럼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 졌다.어느 신문에 나오는 보도를 보면 노인들 중 점심을 거르는 사람이 상당 많다고 하였다.이제 우리나라는 노령화 사회로 접었다. 노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 7%이상이면 노령화 사회라고 한다. 전체 인구를 4000만명으로 잡을 때 280만 명 이상이 노인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무리 효도를 하고 싶어도 사회적인 구조 내지 여건이 자녀가 효도를 하기가 쉽지 않도록 점점 흐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심심지 않게 대두 되는 것이 자녀들이 부모 모시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가정불화가 나온다. 텔레비젼에서 가끔 드라마에 이런 갈등문제를 소재로 다룬 극들이 많다. 노인문제는 이제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앞으로 20년 후에 노령사회가 되면 노인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에 신종 직업이 하나 등장했다. 이름하여 실버시터 이다. 지금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 같다. 지금은 주로 대학생과 가정의 주부들로 이루어졌다. 실버시터란 무엇이냐 하면, 가정에서 홀로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실버 시터 들이 한 주일에 한 두번 방문을 하여서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산책을 하거나, 함께 영화관을 가거나 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오래전인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효자의 조건으로 "노모에게는 책 비, 노부에게는 입담 꾼"이란 말이 있었다. 즉 늙은 어머니에는 책을 읽어 주는 계집종을 들여보내 들이고, 늙은 아버지에게는 떠돌아 다니며 우스개 이야기를 하는 입담꾼 들을 들여 보내는 것이, 효자의 조건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신종 아르바이트처럼 부상하는 실버 시터이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가 가장 힘들다. 인간은 원래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인 지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홀로 살 수는 없다. 인간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은 외로움 이다. 노인들에게 있어서 외로움이란 정신적인 불안과 정서적인 불안정을 가져다 준다. 그런 노인들에게 일주일에 한 두 번 사람이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며 말동무와 동행자가 된다면 얼마나 친근한 관계가 되겠는가? 공자의 글 중에, 인간이 누리는 낙 중에, 좋은 낙과 나쁜 낙이 있는데, 좋은 낙 중에 하나가, 친구를 찾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식들은 시간과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하므로, 실버 시터가 친구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이런 시간과 실버 시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버 시터도 경제적인 여건이 될 때 가능한 것이다. 아직도 우리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여건이 좋지 않아서 홀로, 외롭게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누구나 집에 노인들이 다 계시다. 본가 아니면 처가에 말이다. 이제 노인들의 외로움과 힘겹게 노후를 맞이하는, 어른들을 우리가 나 몰라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노인이 되고, 그런 길을 똑같이 밟고 간다. 이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아직도 그때가 오지 않았다면,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자기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시간과 일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봉사가 가장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고 힘이 있을 때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건강이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버시터. 아무리 잘해주고 편하게 해 준다고 해도, 진정 노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말 한마디, 함께 있는 정이 그리울 것이다. 점점 정이 메말라 가는 시대에, 옛날 좀 못 먹고 힘들었지만, 정이 듬뿍 담긴 그때가 그리울 것이다. 늙은 아버지 늙은 어머니가 우리들 곁에 계시는가? 내가 말동무가 되고, 산책을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보면 어떨까? 함께 손을 잡고, 손주들이 머리맡에서 책이나 옛날 동화를 들려 준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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